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신생 브랜드’의 탄생

지난 여름호 Trend Catch Up 에서 10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브랜드의 롱런 비결을 다뤘다면, 이번엔 창립 10년도 안 된 신생 브랜드를 모아보았다. 어리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치는 법! 동종업계에서 터줏대감 같은 오리지널 글로벌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그들. 게임 체인저이자 혁신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숨은 비결을 파헤쳐 보자

24년 2월, 미국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맥주 브랜드는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이다. 100년 이상 된 맥주들이 장악하고 있던 미국 주(酒)류시장에서 창립한 지는 불과 7년밖에 안 된, 거기다 무.알.콜 맥주를 만드는 이 브랜드가 시장을 뒤집어 놓은 비결은 뭘까?

애슬레틱은 2017년, 금융권 출신인 빌 슈펠트와 양조업자 존 워크가 만든 무알콜 맥주 브랜드다. 슈펠트가 12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무알콜 맥주
시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 내 술을 즐기지 않는 비율에 비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턱없이 작았던 것! 이 불균형에서 시장성을 발견한
것이다.
확신이 섰으니 몰입할 때! 수펠트와 워크는 맛있는 수제 무알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전념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6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친 끝에 첫
제품, ‘골든 에일’이 탄생한다. 그들이 만든 무알콜 맥주들은 건강을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과 변화하는 시대에 정확히 꽂히며, 완전히 예상 밖의 시장을
만들어낸다.

2017년 창업 당시 사람들은 100년 이상 된 전통 맥주 제품을 마시며, 무알콜 맥주 시장의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 맥주 시장 성장률이 1%에 그쳤고, 무알콜 맥주 시장은 무려 35%나 성장했다. 애슬레틱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거나 만든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났을 뿐. 모두가 눈앞에 보이는 시장만 믿고 있을 때, 그 너머를 바라본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기존 관습과 개인의 믿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관습과 믿음을 뒤집을 때 새로운 창의력과 기회가 탄생하고, 우리는 그 순간을 ‘혁신’이라 부른다.


여행용 캐리어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 샘소나이트?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손에 꼽힌다. 더불어 로고만 가리면 구분도 어려운 브랜드들이 그들의 아류를 자처한다. 한, 두 브랜드의 성능과 디자인 기준이 전 세계 여행용 캐리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2018년, 그 틈에서 호기롭게 출사표를 낸 호주 브랜드가 바로 ‘줄라이July’다. 자신들을 ‘샘소나이트 킬러’라고 소개할 만큼 각오와 패기로 똘똘 뭉쳤던 줄라이는 지금 얼마큼 성장했을까?

2021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 시장을 넓히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들의 무서운 성장세엔 이유가 있다. 첫 제품 ‘캐리온Carry On’을 만들기 위해 유명 브랜드들 제품 리뷰를 4,000개 넘게 보고, 문제점들만 쏙쏙 골라 완벽한 해결책을 제품에 녹였기 때문이다. 리뷰에 적힌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것이었다. ‘여행 시 배터리 충전이 힘들다’, ‘바퀴가 불안전하고 소음이 심하다’, ‘내구성이 약하다’. 그래서 줄라이는 캐리어 자체에 보조 배터리를 넣어 충전 단자를 달고, 일반적이던 4개 바퀴를 8개로 늘려 안정성과 소음을 잡았다. 그리고 항공우주 등급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는데, 무게는 고작 1.8kg(‘캐리온 라이트’ 제품 기준)이다. 캐리어 시장은 독점으로 인해 제품 발전이 더뎠고, 줄라이는 그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폴리카보네이트: 높은 강도와 내열성을 가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우수한 강도, 내열성, 내충격성, 투명도는 광학 소재, 가전제품, 건축 소재로써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인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개성보단 유행을 쫓기 급급했고, 그로 인해 유행을 움직이는 소수의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건 옛말. 그 잘나가던 나이키가 추락하고 있는 이유도 유행하는 몇몇 제품에만 집중할 뿐, 오랜 기간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을 제안하지 않아서다. 그 틈을 타 ‘호카’, ‘온러닝’ 등의 언더독 신발 브랜드가 새로움을 제안했고, 유행보단 개성과 다름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는 그 제안에 열광했다. 줄라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독점하는 시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독점이 만들어낸 허점을 파고들어 새로움을 제시하는 것.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힘은 그 간단한 차이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