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든
‘100년 브랜드’의 변화

글로벌 인지도를 얻으면서 100년 이상 브랜드와 기업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시대와 유행,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하기 때문에 그것에 발맞춰 발전된 모습과 새로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따라가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번 Trend Catch Up은 바로 그런 위기의 순간, 남다른 방법으로 극복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회까지 만들어 버린 브랜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스탠리는 1913년 시작된 식음료 용기 브랜드로 100년 동안 남성 위주의 아웃도어, 스포츠 시장에서 보냉 텀블러 등의 상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한가지 상품과 세 명의 사람 때문에
그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스탠리는 2019년, 너무나도 큰 사이즈와 투박하고 평범한 디자인 때문에 남성 아웃도어 시장에서 인기가 없던 ‘퀜처’를 단종하기로 결정한다. 그 소식을 들은 뜻밖의 고객층이 있었으니,
바로 워킹맘들이다.

한 번만 음료를 담으면 하루 종일 마실 수 있는 대용량과 뛰어난 보냉성,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탄탄한 내구성과 간편한 세척, 탁월한 그립감까지. 퀜처의 단점이라 지적받던 요소들이 바쁜 현대 워킹맘들에겐 최고의 장점이었던 것! 이를 일찌감치 알아본 워킹맘 세 자매(애슐리 르 쉬외르와 테일러 캐논, 그녀들의 사촌 린리 허치슨)은 단종을 앞둔 퀜처 재고 5,000개를 매입해 인플루언서 여성들의 출산 선물로 보내는 등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기 시작한다.

결국 스탠리는 세 자매와 만나게 되고, 그녀들의 조언 “여성이 여성에게 판매하는 힘”을 믿고 단종을 철회한다. 무려 110년 동안 주 타깃이던 남성이 아닌, 여성 세 명에게 들은 낯선 그 조언의 결과는 어땠을까?

말 그대로 대박! 스탠리는 유례없던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다. 고정관념을 꺾을 때, 새로운 뿌리가 자라는 법이다. 주 타깃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위기를 극복하는 해안과 기존 상품에서 새로운 시장성을 찾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1877년 이탈리아의 작은 베이커리로 출발한 바릴라는 자국을 넘어 전 세계의 ‘국민 파스타’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인 파스타였다. 하지만 2013년 9월, 라디오에 출연한 ‘귀도 바릴라’ 회장의 말 한마디로 나락행 급행열차에 강제 탑승하게 된다. 그 말실수가 뭐냐면, 자신들의 광고에 절대 동성애 가족을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해당 발언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바릴라불매’이라는 해시태그를 빠르게 전염시켰고, 불매운동 청원이 쏟아졌다. 몇 개월 사이에 브랜드 평판마저 급감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바릴라의 CEO ‘클라우디오 콜자니’는 5년! 앞으로 5년 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바꿔 놓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그는 5년 동안 어떻게 변화를 주도 했을까?

가장 먼저 회사 내부부터 변화시켰다. 우선 사내 다양성 책임자 및 LGBTQ(모든 성 소수자를 아우르는 말) 분야 고문을 채용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기업 내 성소수자 문화 친화도 평가(미국 최대 성소수자 권익단체인 HRC에 직접 찾아가 평가를 부탁함)에서 만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룬다.

이쯤에서 많은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지만, 바릴라는 멈출 리 없었다. 5년 중 이제 1년이 지났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가스를 절약하고 탄소 발생량을 80%나 줄이는 전통 파스타 요리법, 남은 음식을 활용한 파스타 레시피 등의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한다. 더불어 파스타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일절 하지 않는 케이지 프리 양계장 달걀만 사용하는 등 동물복지를 위한 캠페인도 겸한다.

과연 그 5년의 결과 어떨까? 2022년 매출은 무려 46억 6,300만 달러(약 6조 385억 원)를 기록, 시장 점유율은 이탈리아 내 30%, 전 세계 약 10%를 차지하며 다시 ‘국민 파스타’라는 타이틀을 되찾는다. 시대에 뒤처지며 생기는 약점과 위기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시대의 흐름을 진정성 있게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광고나 마케팅이 아닌, 사내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릴라가 자신들의 평판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사내 문화를 바꾸는 교육이었던 것처럼 말이다.